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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살인의 추억>

by Ycho1117 2025. 4. 9.

 

비 오는 날엔 살인의 추억 — 기억 속에 박힌 그날의 장마

“밥은 먹고 다니냐?”

이 대사 한 줄로 대한민국 영화사에 레전드를 박제시킨 그 영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 수사물이 아니다. 범인보다 더 인상 깊은 형사들의 헛발질, 그리고 스산하고 습한 분위기 속에 묻혀 있던 80년대 후반의 한국 사회를 툭툭 건드리는 진짜 괴물 같은 영화다. 아니, 진짜 괴물의 전작이기도 하지!

 

"형사들이 수사를 왜 이렇게 해?"

진짜 맞는 말이다. 보면 볼수록 미친 듯이 웃기고, 또 미친 듯이 무섭다. ‘박두만(송강호 분)’ 형사는 땅만 보면 범인이 누구인지 감이 온다고 하고, ‘조용구(김상경 분)’는 서울에서 왔다는 이유 하나로 “근데 너도 별거 없네?”라는 인상을 풍긴다.

이들은 뭔가 열심히 수사하는 것 같지만, 막상 보면 계속 엉뚱한 데로 굴러간다. 증거 없는 자백, 무능한 경찰서, 윗선의 압박,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그런데도 이게 코미디로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 바로 그 어딘가에 묻혀 있는 절절한 현실감 때문이다.

 

비 오는 날이면 생각나는 그 얼굴

‘살인의 추억’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한국을 충격에 빠뜨린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 이 영화가 처음 개봉했을 땐, 아직 범인이 잡히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 송강호가 관객을 똑바로 바라보는 시선, 그건 곧 “혹시 당신이 범인인가요?”라고 묻는 무언의 질문이었다.

그리고 2019년, 진짜 범인이 밝혀졌다. 하지만 영화는 그 전부터 이미 진실 이상의 무게를 품고 있었다. 범인을 찾지 못한 결말이 주는 그 찝찝함, 바로 그게 ‘살인의 추억’이 전설이 된 이유다.

 

연기 미쳤다, 진짜로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무기는 단연 연기다. 송강호는 정말 ‘형사’ 그 자체다. 헛다리 짚고, 화내고, 좌절하고, 끝내는 눈빛 하나로 관객의 심장을 움켜쥔다. 그리고 박해일! 그 묘하게 멍한 얼굴, 아무 말 없이 앉아있는 그 장면이 왜 그렇게 무서운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게 연기의 힘이란 거지.

조연들도 하나같이 주옥같다. 고문을 일삼는 형사, 실수로 피해자를 놓쳐버리는 장면들, 그리고 마지막 박두만의 절규까지. 모든 장면이 살아서 꿈틀댄다. 이건 단순히 ‘명연기’가 아니라, 현실이 그대로 들어와서 관객을 때리는 느낌이랄까.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이야기

‘살인의 추억’이 특별한 이유는, 웃긴 장면이 많지만 웃고 나면 입안이 씁쓸하다는 점이다. 허술한 수사 시스템, 지역사회에 퍼지는 공포, 비 오는 날마다 반복되는 죽음. 무능하고 어설픈 형사들조차도 결국엔 “진심”을 갖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그들의 좌절이 내 일처럼 가슴을 친다.

그리고 그 마지막 대사.

“그냥… 평범하게 생긴 놈이었어요.”

이 말 한마디에 대한민국은 떨었다. 평범한 얼굴이, 평범한 날에, 평범한 동네에서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는 공포. 그게 바로 이 영화가 끝나고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이유다.

 

지금 봐도 소름 돋는 완성도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로 이미 ‘한국 영화의 방향’을 틀어버렸다. 이 전까지의 범죄 영화가 ‘멋있음’이나 ‘카리스마’를 추구했다면, 봉준호는 “현실은 그렇지 않아.”라고 말한다. 여기엔 정의도 없고, 히어로도 없다. 답답하고 더디게 흘러가는 진실 찾기의 서사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걸 우리는 다 알면서도 다시 본다. 비 오는 날엔 이 영화를 다시 꺼내본다.왜냐고?

“그 얼굴이 계속 떠오르니까.”

 

살인의 추억, 이런 분들께 추천!

범죄 스릴러 좋아하는 분들 (근데 마음 단단히 먹고 보세요)

송강호 팬이라면 필수 관람

한국 영화의 레전드급 명작을 보고 싶은 분들

그냥... 장마 오기 전에 마음 단단히 묶고 싶은 사람들!

 

 

마무리 한 줄 요약

비 오는 날엔 창밖보다 ‘살인의 추억’을 보는 게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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