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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축제를 알아보자 - 벨테인(스코틀랜드)

by 윤슬ㅇl 2025. 6. 18.

오늘은 스코틀랜드의 축제인 벨테인에 대해서 알아보자

축제

 

어둠에서 빛으로, 생명의 불을 밝히는 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불의 행진, 벨테인 파이어 페스티벌(Beltane Fire Festival)

매년 4월 30일 밤,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의 칼튼 힐(Calton Hill)에서는 특별한 밤이 시작됩니다. 사람들은 불빛을 들고 언덕을 오르며, 붉게 칠한 배우들이 북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불꽃이 하늘을 가르며 타오릅니다. 이 장관은 바로 ‘벨테인 불의 축제(Beltane Fire Festival)’, 고대 켈트인의 봄맞이 의식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축제입니다.

이 축제는 단순한 불꽃놀이도, 퍼레이드도 아닙니다. 자연과 인간, 신성과 욕망, 질서와 혼돈이 교차하는 밤, 바로 삶과 계절의 변화를 예술로 승화한 의식이자 퍼포먼스입니다. 유럽에서도 가장 독특하고 상징적인 현대 축제 중 하나로 꼽히는 이 불의 행진은,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고대 켈트의 유산, 벨테인이란 무엇인가?

‘벨테인(Beltane)’은 고대 켈트족의 4대 절기 중 하나로, 봄의 시작과 생명의 귀환을 알리는 날입니다. 이 축제는 4월 30일 밤부터 5월 1일 새벽까지 진행되며, 이름 자체는 고대 켈트어로 ‘밝은 불(Bel’s fire)’을 의미합니다. 벨은 켈트 신화 속 ‘빛과 태양의 신’을 뜻하는 단어로, 이 날은 어둠(겨울)에서 빛(여름)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을 기념합니다.

 

전통의 의식

과거의 벨테인 축제에서는 가축들을 정결한 불 사이로 지나가게 하여 질병과 악령을 몰아내는 의식, 그리고 젊은 남녀가 숲 속에서 춤을 추며 생명의 재생을 기원하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이 축제는 단순한 계절의 변화가 아닌, 삶과 죽음, 혼돈과 질서, 남성과 여성의 조화를 상징하는 깊은 철학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후 기독교의 영향으로 축제가 금지되거나 축소되었지만, 1988년부터 에든버러 예술가들과 전통 연구자들이 현대적 해석을 바탕으로 축제를 부활시키면서 지금의 ‘불의 행진’이 탄생했습니다.


불의 행진의 하루 – 예술과 신화가 살아 숨 쉬는 밤

현대의 벨테인 축제는 단순한 재현이 아닙니다. 예술, 신화, 상징, 공동체 정신이 결합된 총체적 예술 퍼포먼스입니다. 축제의 핵심은 ‘불의 행진(Fire Procession)’으로, 약 300여 명의 배우와 아티스트, 음악가가 직접 참여하여 신화적인 이야기를 불과 몸짓으로 풀어냅니다.

 

여왕과 녹색 사내 – 신화적 캐릭터

이 퍼포먼스의 주인공은 ‘5월 여왕(May Queen)’과 ‘녹색 사내(Green Man)’입니다.

5월 여왕은 생명과 질서, 부활의 여신으로, 흰 옷과 왕관을 쓰고 등장합니다.

녹색 사내는 자연과 남성성을 상징하며, 죽음과 재생을 반복하는 존재로 묘사됩니다.

이 둘은 축제의 클라이맥스에서 상징적인 결합의식을 치르며, 겨울의 죽음을 끝내고 여름의 생명을 환영하는 장면을 연출합니다.

 

북과 불, 그리고 혼돈의 군무

퍼포먼스에는 붉은 몸을 칠한 전사들, 불을 돌리는 춤꾼, 의식의 사제들, 신화를 연기하는 마스크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모든 공연은 실제 불을 활용하며, 북소리와 구호, 불꽃놀이와 화염 쇼가 이어져 극한의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이 의식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관객과 공연자가 함께 빛과 어둠의 변화를 체험하도록 기획되어 있습니다. 관객들도 손에 불꽃을 들고 행진에 참여하거나, 의식을 둘러싸며 하나의 서사에 동화됩니다.


여행자에게 벨테인이 특별한 이유

참여형 축제, 직접 체험의 기회

벨테인 축제는 일반적인 관광객용 축제와 달리 현지 예술가와 자원봉사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살아 있는 공연입니다. 관객도 단순한 구경꾼이 아닌 하나의 장면을 이루는 등장인물로 초대받습니다.

에든버러를 방문한 여행자는 사전 등록을 통해 워크숍에 참여하거나, 분장을 체험하거나, 불의 춤에 도전할 수도 있습니다. 매년 약 1만 명 이상의 관객이 칼튼 힐 언덕을 오르며 이 장관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실용 정보

일정: 매년 4월 30일 오후 8시경부터 시작, 자정 무렵까지 진행

장소: 에든버러 칼튼 힐(Calton Hill), 도심에서 도보 15분 거리

티켓: 사전 온라인 구매 필수, 매진률이 높아 최소 1~2달 전 예약 권장

복장: 야외 언덕에서 진행되므로 방한복과 걷기 편한 신발 필수

 

환경과 공동체 의식

벨테인 축제는 상업적인 목적보다 문화적, 환경적 가치를 중시합니다. 무대나 장비, 의상 대부분은 재활용 자재로 만들며, 지속 가능성과 공동체 중심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이런 철학 덕분에 전 세계 예술가와 퍼포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축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예술성과 상징성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마무리 – 불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음 생명으로 이어진다

벨테인 불의 축제는 단순한 불꽃놀이가 아닙니다. 그것은 한 민족이 자연과 삶, 죽음과 재생, 인간과 신의 관계를 해석해온 수천 년의 기억이 불꽃 속에 살아 있는 순간입니다. 축제의 불은 꺼지지만, 그 불이 남긴 감정과 메시지는 관객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타오릅니다.

만약 여행의 목적이 단순한 관광이 아닌 삶의 방식과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라면, 이 축제는 반드시 경험해야 할 행사입니다. 스코틀랜드의 밤하늘 아래, 자신도 모르게 불의 행진 속 한 사람이 되어,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