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계축제 중 페루에서 하는 인티 라이미에 대해서 알아볼까합니다
잉카의 태양신을 기리는 축제, 인티 라이미(Inti Raymi)
페루 안데스의 고도 3,400m 고원 도시, 쿠스코(Cusco). 이 고대 도시에서는 매년 6월 24일, 태양신을 기리는 전통 잉카 축제인 인티 라이미(Inti Raymi)가 화려하게 펼쳐집니다. ‘태양의 축제’라는 뜻을 지닌 이 행사는 잉카 문명의 정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자, 남미 대륙에서 가장 장엄한 전통행사 중 하나입니다.
인티 라이미란 무엇인가?
잃어버린 문명의 숨결을 되살리는 잉카의 의식
인티 라이미는 ‘태양(Inti)’과 ‘축제(Raymi)’의 결합으로, 문자 그대로 ‘태양의 축제’를 의미합니다. 잉카 제국은 태양신 인티를 최고의 신으로 섬겼으며, 겨울 동지(6월 24일)를 기점으로 태양의 귀환을 축복하는 것이 이 축제의 기원입니다.
이 축제는 1430년대, 잉카의 전설적 황제 ‘파차쿠텍(Pachacútec)’에 의해 처음 제정되었습니다. 그 후 스페인 식민 통치와 가톨릭 전파로 인해 한때 금지되었지만, 1944년부터 현대적으로 재현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에는 쿠스코에서만 매년 1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세계적인 민속 축제로 자리잡았습니다.
의식은 잉카 시대의 수도였던 쿠스코의 중심인 ‘코리칸차(Qorikancha, 태양의 신전)’, ‘플라자 데 아르마스(중앙 광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삭사이와망(Sacsayhuamán)’ 유적지에서 총 3부 구성으로 펼쳐집니다.
축제의 하루: 잉카 황제의 귀환과 성스러운 의식
- 코리칸차의 여명
이른 아침, 잉카 황제로 분장한 배우가 화려한 황금색 복식을 입고 등장하며 축제의 막이 오릅니다. 그는 고대 태양의 신전인 코리칸차 앞에서 태양신 인티에게 기도를 올리는 장면을 연기하며, 천천히 동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두 팔을 벌립니다. 이 장면은 진정한 인티 라이미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의식입니다.
- 플라자 데 아르마스: 잉카 제국의 환생
이어지는 장면은 쿠스코 시내 중심 광장으로 이동합니다. 각 지방의 대표단을 상징하는 수백 명의 배우들이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고 퍼레이드를 벌이며, 마치 과거 잉카 제국의 다양한 부족들이 하나로 모였던 모습을 재현합니다.
광장 한가운데에선 황제가 새해의 예언을 전하고, 신성한 메시지를 낭독하며, 백성들은 환호합니다. 음악, 춤, 북소리가 어우러져 강렬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 삭사이와망의 절정
마지막 행사는 쿠스코 외곽에 위치한 고대 요새 삭사이와망에서 펼쳐집니다. 실제 축제 참가자들은 도보 또는 차량으로 언덕을 올라 행사장을 찾게 됩니다. 여기서 가장 주목할 점은 고대 제례의식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장면입니다.
황제가 라마 한 마리를 상징적으로 제물로 바치는 퍼포먼스(실제 동물은 사용하지 않음)가 진행되며, 태양신에게 다음 해의 풍요를 기원합니다. 관람석에서 바라보는 수백 명의 배우들의 정렬과 장대한 무대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고대 문명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줍니다.
여행자로서의 팁과 감상
- 인티 라이미 관람 팁
티켓 구매: 일부 구간은 무료 관람이 가능하나, 삭사이와망 의식은 유료 좌석이 필요합니다. 최소 2~3개월 전 사전 예약이 권장됩니다.
의상/준비물: 쿠스코는 해발 3,400m로, 6월에도 일교차가 매우 큽니다. 보온성과 UV 차단이 동시에 가능한 복장이 필요합니다.
언어: 행사 대부분은 케추아어(잉카 전통 언어)와 스페인어로 진행됩니다. 문화적 의미를 이해하려면 사전 공부 혹은 오디오 가이드 활용이 좋습니다.
- 잉카 문명의 정수를 마주하다
인티 라이미는 단순한 관광 상품이 아닙니다. 한때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했던 제국 중 하나의 흔적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문화재입니다. 쿠스코의 오래된 돌길을 걷다 보면, 문명과 신앙, 제국과 민중이 한데 어우러졌던 찬란한 순간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합니다.
마무리: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축제의 장
인티 라이미는 단순한 볼거리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그것은 잃어버린 문명에 대한 경의, 자연의 순환에 대한 인류의 예민한 감각, 그리고 후손에게 문화를 남기려는 사람들의 의지가 응집된 상징입니다.
만약 페루를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꼭 6월에 맞춰 쿠스코를 방문해 보세요.
그리고 삭사이와망의 언덕 위에서 태양의 신을 향해 손을 뻗는 잉카 황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우리 모두의 뿌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